[사설]또 후퇴한 교육개혁법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현 정부는 출범 초기 어느 정권보다도 교육개혁에 강력한 추진의지를 나타냈다. 교원 정년단축, 대입제도 개선, 교원노조 허용 등 가시적인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교육관련법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이 시작됐다. 이후 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당초 내세웠던 교육개혁 목표들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점검해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교육개혁법안의 경우 대부분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거나 아직까지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들 개혁법안이 햇빛을 보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 8월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개혁 핵심 조항들이 삭제되거나 수정돼 ‘개악’ 파문을 일으켰던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등 3대 교육개혁법안은 국회의원들이 사립학교편을 들어 통과를 저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새롭게 현안으로 떠오른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은 교육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스스로 백지화시킨 경우다.

이 개정안에서 교육부가 고치려 했던 조항은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권한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주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국공립 초중고교에 구성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의 민주화를 위해 설립된 기구로 학부모 지역인사 교사들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행 법은 학교당 운영위원 1명에게 교육위원 투표권을 주고 있으나 지난 6월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학교당 8∼15명인 운영위원 모두가 투표권을 갖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의 교육자치는 형식은 갖추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진정한 교육자치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정부가 교육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의사가 교육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권 확대를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늘리는 것은 발전적인 방향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교육위원 선거에서 금품이 오가는 불법이 빈발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법을 통합하는 문제가 있어 일단 유보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개혁의지의 후퇴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학부모와 지역인사들이 교육위원 선거에 가장 큰 영향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개혁의 후퇴 기미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재 교육은 위기상황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은 개혁을 계속 밀고나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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