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다가서기]백마강변 '큰바위얼굴' 사업 논란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충남 부여군이 백마강변의 사적지에 조성하려는 ‘큰바위 얼굴’. 이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허가 심의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큰바위얼굴’ 계획은 백마강변 바위산에 세종대왕 신사임당 이순신장군 계백장군 왕인박사 등 역사적 인물 5명의 초대형 얼굴상(가로×세로 각 10m)을 조각하겠다는 내용. 바위에 직접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당 2×2m짜리 부분 25개를 미리 조각해 바위산에 붙일 예정이다. 문화재위원회의 허가가 나면 내년부터 토지매입 설계공모 등에 들어가 3년 후에 완성하겠다는 계획.

문제는 ‘큰바위얼굴’이 들어설 곳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및 명승 제6호라는 점. 이곳은 사비시대 백제의 문화유적지로, 사적의 형상을 변경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여군은 “역사적 위인들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널리 알리고 백제 고도 부여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큰바위얼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역사적 위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큰바위얼굴’을 만든다면서 사적지를 훼손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자 문화재보존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큰바위얼굴’을 만들어 역사적 인물의 정신을 기리는 것보다 지금의 지정문화재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문화재위원은 “장소를 사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지역 출신의 유력인사가 ‘큰바위얼굴’건립계획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행정당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눈치다. 조만간 열리게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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