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日 꺼지지 않은 '核불씨'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02분


일본에서도 핵무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취임 보름만인 20일 전격 경질된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전방위청차관. 그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내각에 누를 끼칠 수 없기 때문에 사표를 냈다”면서도 “이번 발언은 스스로의 신념에 기초한 발언으로서 철회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가 속한 자유당 사람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25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 초청으로 강연을 하려다 제지됐다. 니시무라는 협회에 보낸 편지에서 “25일 오전 내각과 당으로부터 현 시점에서의 강연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요청의 취지는 이미 정쟁의 도구가 돼 있는 이 문제가 장기화돼 임시국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편지를 갖고 온 그의 비서는 특파원들의 질문에 “내각이라는 것은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에 아오키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일절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일본언론의 확인 결과 아오키장관이 자유당측에 부탁해 니시무라의 강연을 취소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니시무라가 또 핵무장 운운하면 29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인사 잘못’을 공격하려는 야당에 호재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니시무라는 “내각과 당이 임시국회가 끝난 뒤에는 강연자제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하니 다시 불러주면 응하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강연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의 경질로 ‘니시무라 소동’은 끝났고 ‘비핵 3원칙’은 건재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니시무라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다.

심규선<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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