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낙관론 믿을만한가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정부는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올해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실현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수준에서 억제하며 경상수지 200억달러 흑자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은 “11월 금융대란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같은 상황판단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론을 믿고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금융시장 상황은 여전히 지뢰밭처럼 아슬아슬하다. 유가(油價) 급등을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은 물가 국제수지 등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유가 요인을 제외하고도 인플레와 고금리 압력이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결코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최근의 고성장 추세가 반짝 성장에 그칠 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 안정기조가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이후까지를 염두에 두고 경제운용 기조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초 정부는 경기 활성화에 올해 경제운용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재정투자 확대와 저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내수를 진작하는 데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수출 신장세는 수입 급증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가가 정부의 예측범위를 훨씬 웃도는 폭등세를 보여 경상수지 악화와 제품단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강장관은 최근 유가상승 부담을 엔고 효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안이한 판단이다. 두 변수의 진전수준과 지속기간에 따라 득실이 달라지겠지만 우리의 수출입 구조상 엔고의 수출증대 효과만 기대하기는 어렵다.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비가격경쟁력과 수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관(民官)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에너지소비 합리화와 효율향상에도 각 부문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유가와 엔고 등 개별변수들의 움직임을 유기적으로 판단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한국은행 분석대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면 통화 및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경기 진작책을 재검토해 물가불안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 급격한 금리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긴축기조가 필요하다. 이들 거시정책과 금융시장안정대책에 있어서 재경부 한은 금융감독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보다 긴밀하고 치밀한 정책조율이 절실하다. 각 부처가 따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특히 내년 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미봉해 상황을 속으로 악화시켜서는 더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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