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이병익씨의 투자-성공비결]"빅4 엔진삼아라"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종합주가지수는 오르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위축되고 시장주도주가 실종한 요즘 같은 장세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

현재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중 최고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미래에셋투자자문의 이병익(李炳益·35)펀드매니저를 만나 그의 투자비결과 향후 장세전망, 그리고 관심종목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연과 신속’이 첫째 비결〓이씨가 굴리는 박현주4호의 설정일 이후 10일 현재 수익률은 112.27%. 현재 운용중인 간접투자상품중 1위다. 설정일 이후 주가상승률인 51.2%에 비춰본 주가지수 초과 수익률도 1위다.

그의 고수익 비결은 한마디로 ‘유연하면서도 남보다 한발 빠른 투자방식’이다.

▼외국인동향 늘 체크▼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은 7월12일과 19일 그는 하루에 2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매도, 80%가 넘던 주식편입비율을 며칠새 30%대까지 낮췄다. 시장에선 “대세상승기이므로 주식편입비율을 무리하게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던 때다. 그때 이씨가 주로 팔았던 종목이 은행주들. 그후 은행주는 대우쇼크의 직격탄을 맞아 힘없이 허물어졌다.

8월18일 지수가 868.94를 기록하자 그는 다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 요즘 주식편입비율은 60%대. 그때 그가 사들인 종목들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삼성전자 포항제철 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엔화강세 수혜주다.

주식편입비율을 다시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들의 동향을 살폈다. 줄곧 매도를 하던 외국인들이 순매수 기미를 보였고 그때 한국의 신용등급을 대변해줄 수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수익률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엔화가 심상치 않은 강세조짐을 보일 때 ‘드디어 살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엔화강세 수혜주를 대폭 편입시켰다.”

▼당분간 오르락내리락▼

국내외의 각종 동향들이 남보다 빨리 매매행위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이 펀드매니저가 대우증권에서 7년간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기업과 시황분석을 담당했던 애널리스트였기 때문. 정보입수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고 데이터 분석 및 투자판단이 빠를 수 있었던 셈.

▽시장전망과 관심종목〓그의 향후 주가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당분간 급하게 오르기는 힘들다. 실물경기는 좋지만 수급이 나쁘기 때문이다. 대우쇼크가 진정된다는 징후가 금리안정으로 증명돼야 한다. 현재 금리는 정부가 만든 금리지, 실세를 반영하는 금리가 아니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시장을 받쳐주는 가장 큰 호재는 엔화강세. 최근 달러당 110엔대밑으로 떨어진 엔화는 일본중앙은행이 개입하더라도 105엔대까지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이씨는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펀드들이 아시아 투자비중을 늘리더라도 먼저 일본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다만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본격상승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점친다. 대우문제가 가닥을 잡기전에는 지수 950을 중심으로 한 등락이 거듭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황관이다.

그럼 그의 전략은 주식편입비율 하향조정 또는 관망일까.

“실물경기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아직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현재 조정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30만원대도 충분한 종목이라고 본다. 실적이 좋으면서 엔화강세 등 호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기서 팔아치울 이유가 없다.”

박현주4호펀드의 최근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빅4가 35%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경기민감주인 현대중공업 LG화학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엔강세 혜택株 주목▼

이 펀드매니저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내 엔화강세수혜주, 정보통신관련주, 구조조정수혜주에 특히 강조점을 뒀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종목군은 은행주.

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시기를 노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주에 대해서는 “대우관련 수익증권 손실분담액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수료인하경쟁이 치열해져 큰 매력이 없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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