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오래된 정원(209)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나는 농담을 주고 받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곧 눈치채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오는 모양이지?

아가씨가 주문을 받으러 들어왔고 그가 사람이 더 올 거라고 말했다. 아가씨가 물었다.

몇 분이 더 오시는데요?

두 사람이오. 우선 맥주나 세 병쯤 갖다 주세요.

맥주가 들어올 무렵해서 다른 남자 웨이터가 역시 말쑥한 양복차림인 젊은이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했다. 앞에 섰던 사람이 안을 기웃이 들여다 보고나서 뒤에다 대고 말했다.

송 형 여기 있는데.

이거 자주 만납니다.

영태가 인사조로 말했고 그들은 들어서면서 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폈다. 송영태는 열린 문 넘어로 내다보면서 말했다.

일행이 더 있는 거 아뇨?

네, 아래 층에…후배들이 안전점검을 하러 삼십분 전에 와 있었어요.

영태가 나를 돌아보고나서 말했다.

여긴 내 보호잔데…누님뻘 되우.

이럴줄 알았지만 나는 별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람이 놀라거나 노여워하는 단계가 있다면 그맘때 쯤에는 나는 적어도 허물을 서너 번은 벗었을 터였으니까. 그 대신에 좀 유들유들하게 받았다.

병정잽기에 불려온 느낌인데 사실 난 저녁을 먹으러 왔으니까, 편히들 하세요.

두 젊은이는 누구, 하는 입 모양을 지으며 영태에게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았다. 영태가 말했다.

이 분은 화가요. 저어 로타리 뒷길에서 화실을 하시는.

젊은이 중 하나가 고개를 꾸뻑 해보였다.

아아 난 또…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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