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제약사, '여성용'연구 확산

  • 입력 1999년 8월 15일 19시 43분


지난해에 전세계의 제약회사들은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전체 연구 예산의 20%인 120억달러를 썼다. 또 여성들에게 흔한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특별부서를 따로 편성하는 제약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이같은 노력이 항상 여성들에게 이로운 결과만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다.

여성 건강문제 전문가들은 일부 제약회사들이 여성들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관한 정보만을 알려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약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여성용 약중 대부분이 피임약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심장 혈관 질환처럼 더 심각한 질병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제약회사들이 여성들을 위한 연구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성용 약품이 거둬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연구비의 비율이 극히 적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여성용 약품 판매로 전체판매액의 약 4분의 1인 25억달러의 수입을 거둔 아메리칸 홈 프로덕츠사는 올해 여성을 위한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에 5억달러를 쓸 예정이다.

제약회사들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그들이 여성의 건강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존슨 앤드 존슨은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여성 건강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으나 실제로는 생리혈을 처리하는 새로운 장치와 새로운 유방 조직 검사법을 개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사는 주로 유방암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성들만의 질병 외에도 심장질환 고혈압 위궤양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1995년의 통계를 보면 궤양에 걸린 여성들이 남성보다 오히려 22.4%나 더 많았다.

따라서 세계 최대의 피임약 제조업체로서 여성들의 호의를 얻어야 하는 입장인 존슨 앤드 존슨의 존 매키건 대변인은 “우리의 여성건강 프로그램을 보면 심장 혈관 질환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례 보고서에서는 프로그램 중의 일부만을 예로 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최근에는 좀더 다양한 연구 시도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사는 여성 건강 연구팀과 당뇨병 및 폐암 치료약 연구팀을 합류시켜 여성들이 이들 질병의 새로운 치료약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려 하고 있다. 아메리칸 홈 프로덕츠 사도 여성건강 연구에 심장 혈관 질환을 포함시켰다.

보건 전문가들과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면서 오로지 남성들만을 상대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연구가 실패로 돌아간 적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락스 웰컴이 개발한 민감성 대장증상 약인 알로세트른은 최근 여성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이자의 부사장인 카렌 케이튼은 “여성건강 연구부서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의 다른 부서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때 사람들은 여성 건강과 관련된 이슈는 임신과 출산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http://www.nytimes.com/specials/women/061399hth―women―drug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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