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진기/정부도 부산경제해법 찾아라

입력 1999-07-14 18:36수정 2009-09-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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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증폭된 부산의 경제적 어려움이 한일어업협정에 이어 삼성의 자동차사업 좌초로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부산지역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지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신발 및 조선기자재산업의 육성과 가덕도 신항만의 조기 완공, 삼성의 가전 및 부품공장 이전, 첨단정보산업의 기반 조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임기응변적인 미봉책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장기적인 산업배치 계획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한마디로 이번 대책이 부산의 장기적인 산업발전계획과 긴밀한 연계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인 것 같다.

60년대와 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부산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부산의 성장 궤적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개발연대에 부산의 입지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수출주력산업을 육성하는데 성공했고 부산은 이로 인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었다. 70년대 중반 이후 산업정책의 중심이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옮겨 갔지만 부산은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을 고집스레 견지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공업도시들과의 산업연계 관계가 단절되고 동남권의 중심도시로서 중추관리 기능까지 약화됐다.

92년 신발산업의 합리화 조치가 있었지만 결과는 대구의 섬유산업과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더구나 중앙정부는 부산의 도시팽창을 우려해 82년부터 부산을 성장관리도시로 지정함으로써 제조업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장용지의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결정 과정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부산의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그 희망의 불꽃마저 사위어 가고 있다.

지역의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실패했고 마땅한 신산업도 육성하지 못한 잘못은 경중에 상관없이 중앙정부와 부산시 모두에 귀착된다. 준비없이 맞이하는 미래는 언제나 고통스럽다고 했던가.

중앙정부의 하향식 산업정책 틀 속에서 지역의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부산은 또 다시 중앙정부의 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주력산업의 자생력 회복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신산업 발전방안으로서는 미약하기 그지 없다.

21세기의 경제를 지식기반경제로 규정한다면 부산에 던져진 화두는 지식기반산업일 수밖에 없다. 지식기반산업 중에서도 대도시적 입지요인에 크게 의존하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중심으로의 구조개편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다.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은 제조업과 여타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상당한 생산 및 고용창출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지역간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7년말 현재 7대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입지 우위성을 나타내는 입지계수에서 부산은 인천 다음으로 낮아 도시 규모에 비해 이 산업이 매우 낙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부산시에서는 올해 들어 지역 실정에 맞는 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 10개 업종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발전전략과 조례까지 마련한 바 있다. 신발산업 등과 같은 구조고도화 산업 외에도 항만물류 관광 소프트웨어 등 5개의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성장유망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부산이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지역특화산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범부처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의 우선순위와 지원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부산의 입지여건과 도시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유망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대증(對症)요법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생력의 회복을 위해 병인(病因)요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홍진기<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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