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美대기업『인터넷株價 신경쓰이네』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27분


퍼비 인형으로 유명한 미국의 완구업체 해즈브로의 앨런 하센펠드 회장은 얼마전 큰 충격을 받았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eBay)’로 지난해 자리를 옮긴 회사간부인 마거릿 위트맨이 자신보다 더 부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위트맨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eBay 주식 값이 크게 올라 11억달러(약 1272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반면 75년전 해즈브로사를 창업한 하센펠드 가문의 전 재산은 5억3000만달러로 위트맨의 절반 수준. 하센펠드는 “인터넷이 뭐기에”라는 말을 거듭했다고 한다.

하센펠드처럼 인터넷의 가치를 간과한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은 요즘 ‘인터넷 불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며 느끼는 부러움과 질투, 인터넷 사업진출에 대한 강박관념등 미묘한 감정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넷 주식은 웜펌(인디언이 화폐로 사용했던 조개껍데기로 아무 가치가 없다는 뜻)에 불과하다”며 비웃었다.

그러나 올해 초 웰치는 임원회의에서 “21세기 시장은 인터넷이 지배할 것”이라며 인터넷 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생각을 확 바꾼 것이다.

온라인 거래를 무시해온 메릴린치증권도 12월 온라인 거래를 도입키로 했다. E*트레이더 등 경쟁업체의 온라인 거래를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기존의 대기업은 신생 인터넷 업체에 쫓기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모든 기업을 새로운 출발점에 함께 세워놓은 셈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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