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주전 보장된다면 삭발쯤이야…』

  • 입력 1999년 7월 7일 18시 30분


“너 도대체 왜 이러니.”

프로축구 부천 SK 조윤환 감독은 6일 소속팀 선수 김기남의 머리를 쳐다보곤 아연실색했다.

불과 이틀전 머리를 빡빡 민 그가 이번에는 뒷 머리에 ‘SK’ 글자를 새기고 붉게 염색까지 한 것.

그가 삭발을 한 속사정은 약간의 탈모증세가 있기 때문. 또 경기도중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눈을 찌르면서 플레이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김기남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틀전에는 모처럼 찾아온 주전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자는 각오로 삭발을 했고 이번에는 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팬에게 다가서기 위해서입니다.”

조감독은 씩 웃고 넘겼지만 그의 열정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고 한다.

올 3월 안양 LG에서 이적해온 김기남은 입단시 코칭스태프에 “플레이를 할수록 실력이 느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지레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을 정도로 자신감에 넘친다.

‘연습벌레’로 통하는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지난달 초 이을용이 국가대표로 차출돼 훈련하던중 어깨부상을 당하면서. 김기남은 주전 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3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올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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