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방은령/성적나쁜 자녀 부끄러워 말자

입력 1999-07-04 18:37수정 2009-09-2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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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도움말을 주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공부를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우울해 한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야 부모도 기가 사는 것 같다. 이렇게 우울증에 걸린 부모들중에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거나 지식층이 많다.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자식 문제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대응시킨다는 것이다.

자식이 잘 되면 내 일이 잘된 것보다 더 기쁘고 반대로 자식이 내 기대에 못미치면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마찬가지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거나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서 후자의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특히 이들은 자녀의 학습결과에 관심이 많고 자식의 모든 성과를 자신의 체면과 결부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행여 자신보다 사회적 위치가 낮은 사람이나 혹은 동료의 자녀가 자기 자식보다 공부를 잘하면 체면이 손상됐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자녀에게불만을표출하고자녀의능력이나 관심과 관계없이 학교 성적을올리라고요구하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태도로 다그치더라도 자녀의 성적이 좋아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자녀의 성격이 위축되거나 공격적으로 돼간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자녀의 모든 성과를 체면과 결부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가 체면 때문에 자신의 학업성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 자녀는 부모에게 대단한 저항감을 느낀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그것은 사람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평범한 진리를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자녀의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누구의 자녀와 비교하고 자존심 상해 할 것이 아니다. 자녀가 학습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발달이 좀 늦은 것인지 등을 살펴볼 일이다. 그리고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자녀가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도록 격려해주며, 자녀에게 진전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청소년기의 자녀는 학습결과가 좋지 않을 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다들 갖는다. 그러나 부모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윽박지르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은 없어지고 반항심만 쌓이는 것이다.

부모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당신의 체면이 손상되더라도 한결같이 나를 믿고 기다려주신다는 것을 느낄 때 무책임하게 행동할 자녀는 드물다. 체면은 일시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와 자녀 관계는 결코 일시적일 수 없다. 무엇이 더 소중할까.

방은령<한서대 교수·청소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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