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에 장타 맞느니 그냥 진루시키자』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3분


프로야구에서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타격 7개부문이 대표적인 경우. 그러나 이는 타격능력의 일부만을 부각시킨 단점이 있다. 따라서 1,2개의 랭킹만으로 타자의 종합적인 능력을 단정짓기에는 무리다.

예를 들어 타율 출루율 안타는 교타자에게 유리하다. 홈런 장타력은 슬러거를 위한 랭킹. 타점은 타순에 영향을 받고 도루는 타격능력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이런 점에서 볼넷과 고의볼넷은 타자의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활용된다. 볼넷을 많이 얻는 타자는 선구안도 좋지만 교타자 장타자를 가리지 않고 투수들이 무서워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8개구단 투수가 꼽은 경계대상 1호는 예상대로 삼성 이승엽. 이승엽은 1일 현재(34홈런 74타점 장타력 0.792) 352타석에서 64개의 볼넷을 얻었다. 5.5타석당 1개의 볼넷.

이 추세면 올시즌 113개의 볼넷이 가능해 삼성 김기태가 쌍방울 시절인 92년 기록한 역대 한 시즌 볼넷 최다기록(114개)도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엽은 또 투수들이 노골적으로 도망가는 고의볼넷도 6개를 얻어 해태 양준혁과 함께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볼넷 2위는 지난해 41홈런 신기록을 세운 두산 우즈(57개). 양준혁(56개), 김기태(54개)와 해태 용병 샌더스(53개)가 뒤를 잇고 있다.

우즈는 4할타율에 근접해 있는 삼성 김한수(21개)나 올들어 화끈한 장타자로 변신한 LG 이병규(23개)에 비해 타격 7개부문 랭킹에선 처지지만 투수들로부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양준혁과 김기태도 올초 팀을 옮기면서 예전의 기량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프로야구 최고의 강타자라는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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