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2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어제 회담으로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또 비록 진전은 어렵더라도 북한측이 쉽게 등 돌릴 처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회담이 결렬된다면 북한측이 바라는 비료지원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남북이산가족문제 해결이라는 역사적 명분을 평양당국이 쉽게 외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남북 양측 대표들은 어제 1차회담에서 나온 상대방의 기본 입장을 갖고 곧 다시 대좌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북한측이 지금까지 취한 태도를 보면 회담의 앞길이 결코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양당국의 마음은 이산가족문제 해결보다 오늘부터 열리는 북―미(北―美)고위급회담에 쏠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남북한이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기로 사전 합의했다면 아무리 무슨 다른 사정이 있더라도 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 순서다. 따라서 북한측의 어제 회담태도는 물론 당초 21일로 약속한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처사는 납득할 수 없다. 이는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라면 우리 대표단이 짐을 싸들고 철수해도 전혀 비난거리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특수한 관계라해도 사전에 회담지연에 대한 전후사정을 밝히고 우리측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 북한측의 당연한 도리였다.
북한측이 그처럼 오만하고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탄력성 없는 햇볕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에 정부 당국자들은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 대표단이 북한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태도를 보면 왜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는가. 우리라고 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라는 주장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회담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에는 반세기 만에 그리운 가족을 만난다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기대와 소망이 걸려 있다.
남북대표들은 첫날 회담을 마치고 공식기자회견조차 갖지 않은 채 헤어졌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측의 무성의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 대표단은 이럴 때일수록 오로지 회담의 성과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주길 당부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