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였어요]PC통신 동호회 「토종개 사랑모임」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45분


『토종개의 혈통을 보존하고 그 원형을 찾는 일이 곧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키는데 일조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통신 하이텔동호회의 작은모임 가운데 하나인 ‘토종개 사랑모임’ 회원 4백여명은 세계적인 명견인 진돗개 풍산개 등 토종개의 혼혈화를 막기 위해 똘똘 뭉쳐있다.

“토종개가 애견가들의 인기를 끌면서 새끼를 늘리기 위해 토종개를 다른 종의 개와 마구잡이로 교배를 시키는 일이 성행하고 있어요. 돈도 좋지만 이렇게 하다가는 토종개의 혈통이 끊어지고 말 겁니다.”

이 모임의 대표인 이종승(李鍾乘·40·목사·서울 구로구 고척동)씨의 말이다. 이씨는 97년 가을 하이텔 애완동물동호회에서 토종개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만 따로 모아 이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 대부분은 집이나 농장에서 진돗개나 풍산개를 키우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토종개를 대량사육하기도 한다.

회원인 송재경(宋在卿·40)씨는 경기 화성군 동답읍 하가등리 자신의 산장에서 풍산개 4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치대 본과 4학년에 재학중인 송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생화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유전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좀더 뛰어난 품종의 풍산개를 보급하기 위해서다.

“풍산개는 함남 풍산군 광덕리가 원산지로 예로부터 개마고원 일대 고지에서 주로 사냥에 동원됐습니다. 멧돼지 등 맹수와 주로 상대했죠. 용맹스럽기도 하지만 ‘사회성’도 뛰어나 사람이나 다른 개들과 마찰이 없습니다.”

송씨의 풍산개 예찬론이다.

회원들은 1년에 서너번 정기적으로 모이고 한달에 두세번씩 ‘번개모임(불시에 연락이 닿는 회원만 만나는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 땐 기르는 개들을 데리고 함께 모여 평가회를 갖는 날. 새끼를 무료로 분양하기도 한다.

회장 이씨는 “토종개가 몸에 좋다는 낭설 때문에 회원들이 개를 도난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토종개는 고유문화의 계승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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