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경제팀 市場에 겸허하라

  • 입력 1999년 5월 25일 18시 39분


개각으로 새로 짜여진 경제팀은 개발시대 이래 ‘기획(企劃)경제’운용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실무기술관료 일색이다. 이들은 시장경제와 개혁을 강조하지만 체질에 있어서는 관치(官治)효율주의가 몸에 밴 인물들로 인식된다. 경제운용기술자로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어서 안정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개혁’을 하겠다면서 미봉에 그쳐 온 것과 같은 관료적 한계에 바람구멍이라도 뚫기 위해서는 좀더 폭넓게 ‘새 피’도 구했어야 마땅하다.

다만 일부 자리라도 바뀌었으니 새 경제팀 출범을 계기로 정부의 경제운용에 대한 역할 재정립을 주문하고 싶다. 우선 ‘개혁’의 이름 아래 시장을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무엇이 개혁이며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를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개혁에 있어서 정부가 담당하고 책임질 부분은 어떤 것이며 정부가 손을 떼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새삼스레 밝혀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상황을 맞은 이래 정부가 불가피하게 개입해야 할 부분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 관치가 온존 심화해서는 안된다.

새 경제팀은 또 앞으로의 경제운용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새롭게 다듬어 내놓아야 할 것이다. 주요 경제장관이나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중구난방으로 말을 남발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 아니라 경제팀이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 조율해 정합성(整合性)있는 정책목표와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가동해 어떤 시간표에 따라 이를 추진할 것인지도 다시 분명히 해야 한다.

시장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대증적(對症的)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생리와 흐름을 통찰하고 투명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시장을 건전화 활성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간섭 규제형 경제운용의 구태를 벗고 시장의 창의와 활력을 북돋우는 정책틀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구조개혁도 이같은 정책틀과 시스템에 의해 유도해 ‘억지 개혁’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새 경제팀은 또 구조개혁과 함께 경기회복정책을 펴나가되 거품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기대책이나 재정운용 등에서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논리가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제어하려는 정책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운용의 큰 그림은 청와대에서 나온다”고 한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의 취임 일성은 우리의 우려를 자아낸다.

한편 새 경제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심화된 빈부격차와 중산층붕괴에 대한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조세정책 등에서 경제적 형평과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실업대책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 위주로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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