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난장판 프로야구 동업자 정신 실종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9분


프로야구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원 이영재씨. 올해 31세로 심판 마스크를 쓴 지 4년밖에 안된 그는 올시즌 2군에서 올라온 새내기다.

그는 21일 대전경기에서 한화 이희수감독으로부터 얼굴을 맞는 봉변을 당한 뒤 할 말을 잃었다. 때린 이감독도 밉지만 올시즌 심판의 고유권한인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구단의 잦은 항의와 아직도 젊은 심판원을 후배 다루듯하는 풍조가 혐오스러웠던 탓이다.

그는 선수들의 무분별한 스타의식에도 따끔한 지적을 했다. 이날 한화 구대성은 심판판정에 불복,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7분간 거칠게 항의했다. 잠실경기에선 현대 박재홍이 야구방망이로 심판위원실 출입문을 부수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이는 선수시절 무명이었던 심판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

이번엔 12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2백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한화 이희수감독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이감독이 흥분한 직접적인 원인은 3대2로 리드하고 있던 9회초 2사만루에서 구대성이 삼성 홀에 던진 공에 대한 판정불만.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올해 대폭 물갈이된 젊은 심판원에 대한 불신과 함께 한화가 다른 팀에 비해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오랜 피해의식이 그것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홈런뿐만 아니라 몸에 맞는 볼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올 프로야구는 서로 함께 살자는 동업자 정신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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