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3재선」중앙당 개입 안된다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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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차분히 시작된 6·3 재선거가 한나라당측의 태도 변화로 다시 과열될 조짐이다. 여야는 지난 18일 사무총장회담에서 “중앙당 개입을 자제해 선거과열을 방지한다”고 합의했으나 한나라당측이 21일 ‘중앙당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선거과열 방지를 위해 의원들에게 지역책임 할당 등을 안하기로 합의했을 뿐 중앙당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사무총장의 주장은 “중앙당이 선거에서 손을 뗀다는 합의가 아니었다”며 선거과열과 중앙당의 개입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당과의 합의에는 분명히 ‘중앙당 개입을 자제한다’고 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중앙당 개입 자제는 “중앙당이 선거에서 손을 뗀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신총장의 주장은 여당과의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말바꾸기에 불과하다. 특히 3·30 재보선을 되돌아보면 중앙당 개입과 선거과열은 무관하다는 신총장의 설명은 사실과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3·30 재보선은 중앙당이 나서 소속 국회의원들을 현장에 투입, 총력전을 펴다보니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등 일찍이 보기 드문 타락 과열선거가 됐다. 중앙당이 지역구 선거에 개입하면 절대로 공명선거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 준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재선만은 중앙당 개입을 자제하자는 여야 사무총장의 합의를 환영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중앙당 개입을 뒤늦게 결정한 것은 재선 세(勢)가 점차 불리해지고 있기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과열선거를 선도하는 정당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까지 유발시켜 결국 선거에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을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한다. 행여 그렇게 해서 당선된다해도 그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선거 후 부담만 더 커진다. 특히 송파갑 재선거에 출마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경우 국민은 그의 당선여부보다 어떻게 싸웠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 모범을 보이겠다는 그의 다짐을 잊지 않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이회창’의 깨끗한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혼탁 과열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따갑고 날카롭다. 그래서 지지부진한 3·30재보선 부정선거 수사에 대해서도 여전히 감시의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돈 적게 드는, 깨끗한 선거를 하자는 데는 이미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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