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기금부족 시민단체들 『할인점 영수증 모아요』

  • 입력 1999년 5월 17일 20시 12분


만성적인 기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유통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기금을 일부나마 확보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대형할인점 E마트는 지난해 5월부터 전국의 점포에서 ‘지역단체 마일리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단체들의 신청을 받아 매장 출입구 부근에 단체명을 붙인 영수증 수거함을 만들어주고 고객들이 수거함에 넣은 영수증을 3개월마다 합산, 총액의 0.5%를 해당단체에 기증한다.

E마트 마케팅팀의 박준균(朴準均)과장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자는 뜻에서 시작됐지만 업체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객을 모으는데도 도움이 돼 유통업체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굳혔다”고 말했다.

전국 15개 점포에 가입된 단체만 1천여개로 각 매장 전체 매출의 5∼6%의 영수증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

1년이 지나면서 그랜드마트 LG마트 롯데마그넷 등 다른 할인점체인들도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확산되는 추세다.

1백20여 단체의 영수증수거함이 설치돼 있는 E마트 경기 고양시 일산점에 찾아온 주부 김영화씨(40·고양시 일산구 후곡마을)는 “영수증을 넣는 것만으로 부담없이 사회단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E마트로부터 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경기 안양시 희망선교회의 윤형영목사는 “액수가 많지 않더라도 이런 기금모금 방식이 확산된다면 지역에 자리잡은 소규모 사회단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부터 1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환경운동단체 등에 새로운 기금 마련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광주전남환경연합의 임낙평(林洛平)사무처장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과 연계해 1회용품을 쓰지 않아 발생하는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단체의 기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하남빅마트는 이미 97년 1월부터 환경연합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쇼핑봉투를 장당 50원에 판매해 모은 수익금을 무의탁 노인을 위한 급식사업에 내놓고 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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