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환/訪中 취소「외교 결례」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13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80주년 기념행사는 처음으로 한중 양국이 공동주최하는 뜻깊은 자리다.

이 행사는 당초 상하이주재 한국총영사관과 상하이시가 공동주최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중국측 공동주최자가 ‘상하이 루완(盧灣)구 산하 임정유적관리처’로 바뀌었다. 행사의 격도 함께 떨어져버렸다.

이렇게 된 것은 한국측에서 참석키로 예정됐던 조세형(趙世衡)전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 중국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측은 요즘 한국에 대해 영 마뜩찮은 표정이다.

우리 대사관 관계자들은 몹시 미안해하고 있다.

조전대행은 국민회의와 중국공산당 사이의 첫 당대당 공식교류를 위해 8일 베이징(北京)에 도착,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예방할 예정이었다. 어렵게 잡아둔 일정이었다. 조전대행은 이어 시안(西安)을 거쳐 상하이 항저우(杭州)등을 차례로 방문, 그곳의 최고책임자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총재권한대행이 경질되면서 중국 방문을 취소한 것.

연락을 받은 중국 베이징주재 한국 대사관엔 8일 비상이 걸렸다. 관련기관 담당자에게 국내사정을 설명하면서 모든 약속을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당대당 공식교류를 위해 6개월 이상 일했던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취소통보가 결례여서 말을 꺼내기가 몹시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전대행이 경질될 것을 알면서 중국방문을 강행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게 성사된 집권당끼리의 교류였다면 만의 하나 총재대행의 경질 등을 예상해 다른 인사라도 방문 후보자로 결정하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종환<베이징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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