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유로貨 「실업 함정」서 허덕

  • 입력 1999년 3월 14일 20시 13분


유로화가 ‘실업의 함정’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달러의 독주’를 끝장낼 것처럼 기세좋게 출발한 유로가 실업이라는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좌파 정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실업을 완화하라”고 요구한다. 유럽연합(EU)의 평균실업률이 9.6%(1월)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ECB는 ‘유로화의 가치안정을 위해 금리를 고수한다’는 방침.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팽창정책을 선택할 경우 즉시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의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건 통화가치 안정을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ECB의 생각과는 달리 실업을 감수할 경우는 중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유로의 뒤통수를 치게 되어 있다는 점.

유럽의 성장률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가 워낙 죽을 쑤니까 유럽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다시 유로화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은 팽창정책을 쓰면 유로화 가치가 즉각 떨어지고 긴축을 해도 경기회복이 늦어져 다시 유로화가 떨어지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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