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없는 법조비리 행진

동아일보 입력 1999-01-08 19:16수정 2009-09-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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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법조삼륜(法曹三輪)의 검은 거래 의혹사건을 접하면서 법조계의 자정(自淨)능력을 또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정부판검사비리사건이 터진 지 불과 1년만이다. 더구나 검찰은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해 새해부터 시행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의 빗나간 행태가 법조계를 또 흙탕물로 만들어 버렸다. 법조계의 앞날은 법조계 스스로 이번 사건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국가의 사법작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점에 있다. 국민이 변호사와 법원 검찰 경찰을 믿지 못하면 사법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문제의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사건알선 대가로 2백여명에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의정부사건 직후 검찰수사나 변호사단체의 자체조사에서도 이같은 비리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보도다. 알고도 눈감은 것인지, 대충대충 하다보니 망에 안걸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법조계 개혁의지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혐의를 받고 있는 변호사는 검은 거래관계를 적은 비밀장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전직 사무장의 폭로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용의 구체성에 비춰보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진실 여부를 밝히는 것은 검찰의 책임이다. 검찰은 만의 하나라도 법조계 치부를 가리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아픔이 있더라도 환부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대수술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사건이 법조계 개혁의 큰 전기가 될 수 있다. 의정부사건때 검찰의 봐주기 수사, 사법부의 미온적 대처 등 미봉책이 이번 사건을 키운 한 요인이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몇몇 변호사의 간헐적 처벌이나 징계, 검찰윤리강령 제정 정도로는 법조계 개혁은 어림도 없다. 구성원 모두의 의식전환과 확고한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검사와 법원 검찰직원, 경찰관 등은 처벌을 위해 남을 재단(裁斷)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 면에서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종이다. 그들이 사건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점은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법조인끼리의 검은 거래를 특별히 경계하는 것은 공정한 사건처리를 위해서다.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은 물론 이번 기회에 법조계 전체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바탕 위에서 법조계의 쇄신방안이 나와야 한다.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추락하면 대단히 위험하고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 큰 비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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