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능과외 근본대책을

동아일보 입력 1999-01-06 18:59수정 2009-09-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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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들에게 바이올린 교습을 해준 음악대 교수가 불법과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교육당국은 대학측에 해당 교수를 중징계하고 음대학장 등 관련 책임자도 엄중 경고조치하도록 요구했다. 문제를 일으킨 교수는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고 학교측은 이를 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심치 않게 터지는 예능계 교수의 불법교습 사건은 과거에도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능계 교수의 불법과외 사례가 과연 이것 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도 경찰 조사에서 “교수들의 불법교습이 비일비재한데 왜 나만 문제삼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예능계 교수들이 초 중 고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데도 실제로는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교육부가 교수의 사표를 받아내는 선에서 문제를 덮으려 한다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 되고 만다. 차제에 불법레슨이 사라지지 않는 배경을 살펴 근본대책을 세우고 넘어가야 옳다.

예능 불법과외가 판치는 것은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능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예능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탓에 실력있는 ‘스승’들이 대부분 대학에 몸담고 있다. 따라서 예능계 교수 레슨금지는 대학 진학 이전까지 학생들이 이들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당국의 단속원칙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과외 자체는 음성화하면서 더욱 지하로 숨어들고 간혹 적발되는 사람들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조기교육 영재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도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시각을 예능교육 전반으로 확대해 풀어갈 필요가 있다. 영재교육 차원에서는 교수들의 레슨을 과감히 허용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입시 비리와 관련된 과외는 철저히 뿌리뽑는 방안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선의의 교습’과 ‘입시비리와 연결된 교습’을 구분해 다루는 것이다.

대입을 겨냥한 교습의 경우 입시제도를 보완하면 대비할 수 있다. 해당 대학 교수를 실기평가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외부 교수의 평가에서 객관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조기교육을 위한 교습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만 허용하고 있는 예비학교를 다른 예술계 대학에도 확대해 지망생들이 합법적으로 교수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는 국내 예술 육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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