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이제 어쩔 셈인가

  • 입력 1999년 1월 3일 19시 18분


국회 529호실 사건의 파장이 악화일로에 있다. 안기부와 한나라당의 상호고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흘 남은 임시국회 일정과 8일로 예정된 경제청문회도 매우 불투명해졌다. ‘불법난입’이냐, ‘정치사찰’이냐의 공방으로 정상적 정치활동은 뒷전에 밀릴 것이 뻔하다. 여야가 제 잘못에는 눈을 감고 상대의 흠집만 부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

어제 본란은 한나라당의 529호실 강제진입과 안기부의 정치사찰 의혹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많은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주장할 것은 하더라도 스스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여야는 자기네에게 유리한 것만 부풀려 주장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 있다. 그러나 국민은 잘못을 사과할 줄도, 책임을 질 줄도 모르는 정치권의 뻔뻔함에 이미 질려 있다.

사안이 민감하고 양면적이기 때문에 검찰의 자세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국회사무처의 수사의뢰와 안기부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한나라당의 강제진입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안기부 책임자들을 맞고발하기로 했다. 검찰은 안기부의 위법여부도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또 편파시비를 낳는다면 529호실 사건은 수습되기 어렵고 그 부담은 정부여당에 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차제에 안기부법을 재정비해 정치사찰의 개념을 명확히 하도록 여야에 제안하고 싶다. 안기부법은 안기부 직원의 정치관여를 금지하면서 정치관여로 보는 행위를 5개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정치사찰이냐, 통상적 정보활동이냐의 논쟁을 종식시키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정치사찰을 뿌리뽑겠다”고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정치관여 금지규정을 보강하고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는 안기부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기 바란다. 정부여당도 안기부법 정비에 협조해 사찰시비의 소지를 없애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거듭 당부하지만 여야는 국회를 빨리 정상가동해 밀린 법안을 처리하고 이번 사태도 다루어야 한다. 민생과 규제개혁 관련법안의 처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상충우려가 제기된 교원노조법안과 교원단체법안의 조정도 시급하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의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강제진입까지 선택했다면 법안처리에도 동참해야 마땅하다. 여당은 의원 체포동의안과 경제청문회 계획서 단독처리에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 평소에는 신중한 듯 하다가도 한나라당이 마음에 안 들면 단독처리 운운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단독처리는 명분에도 맞지 않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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