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미숙/119 아저씨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마음이 심란해 바람도 쐴겸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와보니 남편의 안색이 창백했다. 심장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혹시 잘못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의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나빠져 밤11시경 119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를 한 지 10분도 안돼 구급차가 도착했다. 겨울답지 않게 제법 굵은 빗줄기가 진눈깨비와 범벅이 돼 내리는 바람에 도로는 빙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119구조대원들의 침착한 태도에 안심이 됐다. 나와 남편에게 ‘걱정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라’며 오히려 격려를 해주었다. 휘경동에서 보훈병원까지 30분만에 도착해 곧바로 응급실로 갔다.

정신이 없는 터에 남편의 건강상태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어느새 구조대원들은 돌아가고 응급실에 없었다. 구조대원들 덕분에 남편은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20일간 입원한 뒤 퇴원했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나니 그때 우리를 도와준 구조대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편지로나마 감사의 뜻을 표한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각종 사고현장을 누비며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119구조대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19구조대 아저씨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미숙(서울 동대문구 휘경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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