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호흡, 「짧은 명상」 건강한 심신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40분


《경제위기 시대엔 건강이 우선. 단학선원 국선도 연정원 등의 기(氣)수련단체엔 ‘기 살리려고’ 단전호흡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단전호흡 인구는 2백만명 정도. 이 중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면서 흡족해 하고 있지만 부작용인 ‘기공병(氣功病)’으로 오히려 ‘기가 죽어’ 고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 단전(丹田)호흡이란? ▼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공(氣功)의 하나. 기공의 경우 중국에선 쿵푸(工夫·功夫) 우슈(武術) 등 움직이면서 기를 조절하는 동공(動功)을, 우리나라에선 정공(靜功)의 하나인 단전호흡을 중시한다. 한의학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3개의 내(內)단전과 4개의 외(外)단전이 있다. 내단전 중 배꼽 아래 3∼5㎝ 밑에 있는 하(下)단전을 중심으로 숨쉬는 것이 ‘단전호흡’. 요추 2, 3번 사이에 있는 명문(命門)을 통해 기를 들여와 호흡하기 때문에 ‘명문(命門)호흡’이라고도 부른다.

▼ 기는 과학적? ▼

기의 정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이 기의 존재를 부정한다.그러나 서울대 자연대 세포분화센터 연구원 이건호박사는 “서양의학에서는 심장 박동에 따라 피가 흐른다고 보지만 심장박동 만으로 피를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2만4천㎞ 정도 흐르게 할 수는 없다”면서 “기가 혈액순환에 관여한다고 믿는 동양의학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 미국에선 92년부터 국립보건원(NIH)의 ‘대체의학분과’에서 기의 실체에 대해 연구 중.

▼ 단전 호흡은 과학적? ▼

연세대의대 재활의학과 전세일교수는 “단전호흡으로 정신이 집중되고 안정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신안정은 면역력을 높여 몸을 강하게 해준다”고 설명. 또 복식호흡을 하면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압이 내려가는 효과도 있다는 것. 전교수는 “그러나 단전호흡이 만병통치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말한다.

▼ 몸이 어떻게 달라지나? ▼

단전호흡을 하면 대부분 피로감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지만 무리하면 부작용인 ‘기공병(氣功病)’이 생긴다. 수련 초기엔 눈이 맑아지거나 후각 등 감각기관이 발달하고 온몸과 손발이 따뜻해진다. 또 침이 많이 생기고 식욕과 성욕이 증가하며 온몸과 위장이 떨리는 ‘진동현상’도 일어난다.

▼ 부작용 ▼

주화(走火)와 입마(入魔)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단전호흡을 하면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찬 기운은 올라가고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나야 하지만 화가 아무렇게나 흐르는 것이 주화.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눈이 충혈되는 것. 또 귀울림 조루 복통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입마는 마귀에 붙들리는 것. 즉 환청 환시 환각 정서불안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고 마치 자신이 신통력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 부작용 예방법 ▼

단순히 건강을 위해 하루 30분 정도 단전호흡을 할 경우 부작용은 거의 없다.혼자 단전호흡 관련책을 보면서 무리하게 ‘도를 닦는’ 경우 부작용이 잘 일어난다. 전문 수련단체에서도 하루 2시간 이상 무리하게 수련하거나 몸에 일어나는 특이현상을 좇아 고난도 호흡법에 매달리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이상증상이 생기면 기공전문가나 한의사를 찾아 ‘기공병(氣功病)’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각종 병에 걸린 환자는 단전호흡 만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병원치료를 우선해야 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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