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정치사찰과 정보수집

  • 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04분


사찰(査察)의 사전적 의미는 두가지다. ‘조사하여 살핀다’는 뜻과 ‘사상적인 동태를 조사 처리하던 경찰의 한 직분’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찰’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두번째 의미 때문이다. 일제때부터 경찰 사찰계라는 이름은 악명 그 자체였다. 과거 정부는 학원 종교계 정치권 언론 기업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를 대상으로 정권안보를 위한 ‘사찰’을 계속해왔다. 그런 역사때문에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경찰의 정보 활동은 곧 사찰’이라고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경찰청이 일선서에 ‘인물카드’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자 경찰은 ‘통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인물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시대에 경찰의 이번 카드를 보면 학력이나 가족관계조차 기입하는 난이 없을 정도로 초보적이지만 의심을 사고 있다.

경찰이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 근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호 3항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에 근거한다. 집회나 시위 집단민원 등 치안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

그러나 치안정보가 무엇인지,어디까지를 치안을 위한 정보로 봐야하는지 명문 규정이 없고 해석상의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찰의 정보수집 활동은 정치사찰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셈이다.

경찰이 이 기회에 치안정보에 대한 한계와 대상을 분명히 명시하는 게 어떨까.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정보수집을 한다면 정치사찰 의혹도, 경찰이 주장하는 ‘오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배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맨다는 의심은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이훈(사회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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