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국제금융가들 『한국재벌 빚청산부터』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유망한 마라톤 선수가 있다고 하자.

그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훈련과 균형잡힌 영양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선수가 당장 맹장염을 앓고 있다면 훈련이나 보약보다는 맹장수술부터 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재벌들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빅딜에 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업 맞교환’ 형식의 빅딜은 업종전문화를 위한 구상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들에 당장 필요한 것은 ‘5대 재벌 중 하나가 부도를 낼지 모른다’는 국제 금융시장의 우려를 씻는 일이라는 것이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한국의 5대 재벌 중 하나가 곧 쓰러질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재벌의 부도우려는 주거래 은행의 부도가능성으로 연결되며 이는 국가의 신용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빅딜을 하려면 차입경영에 의존해온 재벌이 자산이나 사업체 등을 대외에 매각, 달러를 확보하는 형태의 빅딜을 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국제금융시장 전주(錢主)들은 생각한다.

사업맞교환도 좋지만 당장은 ‘빚청산’ 또는 ‘부도막기’부터 해달라는 요구다.

한국 경제가 대외신용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설득할 대상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다. 표적이 명확치 않으면 잘못된 조치를 취해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현 시점에서 우리의 표적은 국제자금시장의 전주들. 이들이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쓸 수 있도록 뭔가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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