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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11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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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대통령 선거는 스위스 국민의 관심조차 모으기가 쉽지 않다. 7명의 연방장관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을 맡는데다 대외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루트 드라이푸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스위스 최초의 여성대통령인데다 유태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드라이푸스 이전에 연방 각료였던 여성은 대통령이 될 차례가 되자 공직자 비밀유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되기도 했다.
스위스 정치제도의 특징은 지방분권화와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에 있다. 국가의 대소사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권력이 지방자치단체인 26개의 칸톤과 3천여개의 코뮨 그리고 국민 개개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이푸스의 대통령선출은 스위스에서 아직은 소수인 유태공동체의 승리이기도 하다. 그의 대통령선출로 2차대전중 나치수용소에서 학살된 유태인 희생자들의 재산이 보관된 스위스은행과 희생자 유족의 보상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스위스은행은 미국 등 국제여론에 눌려 12억5천만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보상금을 건네주지는 않았다. 이 문제는 보상규모나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태인 비판론자나 반유태감정을 갖고 있는 스위스 국수주의자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으로서 드라이푸스는 이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위스가 떳떳하지 못한 과거사도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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