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제헌납은 원인무효」

동아일보 입력 1998-11-20 18:59수정 2009-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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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재산헌납을 원인무효로 판시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이 당시의 동명목재 토지헌납 과정을 ‘강탈’로 보고 건전한 사회질서에 반(反)하는 법률행위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영장없이 군수사기관에 연행돼 장기간 감금상태에서 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에서 행한 행위이므로 재산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식에 맞는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이 판결은 물리력을 동원한 권력의 횡포에 뒤늦게나마 쐐기를 박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로써 신군부의 재산강탈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를 유린한 불법행위임이 다시 한번 드러나게 됐다. 앞으로 상급심, 특히 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지 주목거리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시대적 변화 외에 신군부의 집권과정을 내란으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상급심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할만 하다고 본다.

여기서 본란이 비상한 관심을 갖는 대목은 이와 유사한 다른 사건의 소송과 강탈당한 재산의 원상회복 여부다. 80년에 사유재산을 강제로 빼앗긴 경우는 비단 동명목재뿐이 아니다. 많은 정치인과 언론사 기업 등이 각종 명분 하에 동명목재와 비슷한 상황에서 재산포기각서를 써야 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그후 재산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냈으나 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원상회복을 거부당해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상응한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재판과정에 있는 다른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부당하게 강탈당한 사유재산의 회복이 거부된다면 이 또한 법과 정의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사법부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과 양식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것이다.

12·12 및 5·18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내란과 군사반란으로 결론이 났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최고법원들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당시 불법적 집권과정에서 빼앗긴 사유재산을 원소유주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법부가 동명목재 관련 소송을 계기로 사유재산 영역에서도 정의를 세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그 시절의 굴절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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