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우익의 「시대 착오」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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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번 일본방문에서 일본사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대통령은 일본 각계와 재일동포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김대통령 방일중 일본언론이 보인 관심은 미국대통령에 못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호의적 반응은 ‘도쿄(東京)납치사건’으로 상징되는 김대통령의 민주화투쟁에 대해 일본사회가 높이 평가해온데도 한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한 일본기자는 “김대통령은 일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 행동했고 이 점이 일본인을 감동시켰다”고 분석했다.

아키히토(明仁)천황과의 만찬에서 ‘과거사발언’을 피한 점이나 일본대중문화개방방침을 분명히 한 것, 전후(戰後)일본의 발전을 평가한 점 등 ‘대일(對日)유화정책’이 성과를 거두었다는 설명이다.

김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와는 달리 일본에 우려할만한 분위기도 적지않았다. 방일기간 중 우익세력은 연일 도쿄도심을 선전차량으로 돌아다니며 “김대중은 독도를 반환하라” “과거사죄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우파정치인들은 일본정부의 과거사 사죄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한 일본학자는 김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유연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또다시 한국을 자극하는 언행이 돌출할 경우 김대통령의 성의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새로운 세기의 개막을 앞두고 양국민에 필요한 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건 좋지만 과거사의 분명한 잘못을 애써 반성하지 않으려는 ‘원시인 같은 고집’이 왠지 불쌍해 보인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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