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환수/맥과이어와 이승엽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3분


61년 뉴욕 양키스에는 미키 맨틀이라는 강타자가 있었다. 팬은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시즌 최다홈런 기록에 도전하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지 홈런 선두를 독주하던 맨틀은 팀동료 로저 매리스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다. 매리스는 이때까지만 해도 맨틀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선수였다.

시소를 거듭하던 홈런경쟁은 매리스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루스의 60홈런 기록을 34년만에 깨뜨리는 61호 축포를 쏘아올리며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2년 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흑인 홈런왕 행크 아론이 혜성처럼 솟아올랐다. 그러나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있던 미국사회는 그에게 냉담했다. 일부 극렬팬은 살해협박까지 일삼았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 베이브 루스의 시대인 1920년대. 루스는 실로 대단한 타자였지만 불행한 선수였다.

루스는 지금보다 8경기나 적은 1백54경기를 치렀지만 20년 54홈런, 21년 59홈런을 때려낸 뒤 27년 사상 첫 60홈런의 기념비를 세웠다.

그러나 경쟁상대가 없었던 그는 음주와 기행(奇行)의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는 바람에 한창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런 루스와 비교한다면 28일 한 시즌 70홈런의 위업을 세운 35세의 마크 맥과이어는 복을 타고난 선수다. 라틴계 순혈 백인인 그는 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았고 겸손과 실력을 겸비한 새미 소사라는 훌륭한 흑인 ‘페이스메이커’까지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이승엽이 슬럼프에 빠진 틈에 OB의 흑인용병 타이론 우즈가 홈런신기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승엽과 우즈간의 막판 홈런명승부를 기대해본다.

장환수<체육부>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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