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규진/모호한 투자우선순위

  • 입력 1998년 8월 16일 20시 00분


예산당국은 14일 낙후지역에 대한 사회기반시설(SOC)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특히 호남권이 주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11일 실업자대책, 수출 및 중소기업 지원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지원’을 3대 최우선사업에 포함시킨 내년 예산편성 방향을 발표했다.

예산당국은 경제 구조조정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실업자대책과 수출 및 중소기업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잘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 시급하게 재정을 활용해야 할 용처가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3대 최우선사업의 하나로 올려놓은 데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그간 주요 SOC사업에서 호남 등 특정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곧 전례없는 대규모 적자재정 시대를 맞아 국방비까지 줄이는 마당에 지역균형발전을 재정운용의 최우선목표로 삼은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여러차례 강조해온 공약사항이다. 공교롭게도 예산당국이 내년 예산에서 국방비와 함께 삭감할 뜻을 밝힌 농어촌지원과 교육투자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약부문이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11일 김대통령에게 “내년 예산은 국민의 정부가 첫번째로 짜는 예산인 만큼 국민세금을 단 한푼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보고했다.

이 다짐이 지켜지려면 우선 예산편성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서는 안된다. 예산이 과거처럼 정치논리에 좌우된다면 나라살림이 엉망이 되고 경제난 극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투자가 세금을 헛되이 쓰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임규진<경제부>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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