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對러 외교 반성할 점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36분


우리와 러시아 사이의 ‘외교관 추방전(戰)’은 우리 외교관 5명을 추가 철수하는 선에서 일단락되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철수 외교관 수가 러시아는 1명인데 우리는 6명이나 된다. 그것도 먼저 시비를 걸고 추방조치를 취한 쪽은 러시아다. 완전히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괜한 힘겨루기를 했다는 자조(自嘲)가 나올만도 하다.

▼따지고 보면 문제 발단의 근본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 당초 러시아당국은 조성우(趙成禹)참사관의 활동을 무슨 범행처럼 언론에 사전 공개하더니 우리와는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방조치를 취했다. 외교관에 관한 빈 협약과 외교관례를 무시했다. 그 후에도 러시아는 계속 강압적 태도였다. 그쪽이 그렇게 나오는데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외교적인 문제는 외교적으로 조용히 해결해야 옳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한심했다.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와 정보당국간의 업무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보관련 외교관이라고 해서 정보당국이 앞에 나서서는 안된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어디까지나 외교통상부가 창구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 내부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보관련 외교관을 같은 수로 두자는 러시아측 요구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겠는가.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더 이상 양국관계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등하게 이루어지는 양국관계라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와 러시아간 불화의 근원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러시아가 우리 외교관 추방이라는 돌출 행동을 감행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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