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박세리의 팬서비스

  • 입력 1998년 7월 10일 19시 51분


미국의 각종 골프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가진 수많은 ‘투어프로’들 중에서 정작 돈벌이를 하는 프로는 몇명되지 않는다. 참가비도 못내 대회참가를 포기하거나 항공료가 없어 차를 몰고 이리저리 대회장을 옮겨 다니는 투어프로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가도 주요대회에서 한번이라도 우승하면 금방 팔자가 펴진다. 하루 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되고 명예도 거머쥔다.

▼박세리도 어제의 박세리가 아니다. 이미 벌어들인 돈도 상당하지만 앞으로도 엄청난 부가 기다리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일약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부시 전미국대통령을 온종일 갤러리로 끌고다닌 데 이어 이번엔 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라운딩 제의까지 받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수많은 무명골퍼 중 한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신분상승이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미국 골프계에 있음을 박세리는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시와 인종편견도 있지만 특히 팬들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우승이 트로피와 상금은 보장하지만 팬들의 사랑과 존경까지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국의 유명 프로골퍼들이 상금의 상당액을 가난한 청소년이나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하는 등 각종 선행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팬들을 의식해서다.

▼박세리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제 모두가 뉴스다. 잘 웃지 않는 그녀가 한번 웃기만 해도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셔터가 터진다. 문제는 이런 인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무엇보다 매 대회에서 훌륭한 기량과 함께 미소와 여유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넘치는 투혼을 여유와 미소로 감쌀 때 팬들은 열광한다. 다음 대회에서는 굳은 표정보다는 가끔 밝은 미소를 짓는 박세리를 보고 싶다.

김차웅<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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