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캠페인식 아래아한글 살리기

  • 입력 1998년 6월 28일 20시 35분


‘아래아한글’을 살리려는 운동이 여기저기서 활발하다. 얼마전엔 한글살리기운동본부까지 결성되어 국민주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대체 소프트웨어 개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민주 운동엔 연일 성금과 함께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나모 인터랙티브와 나눔기술 등 일부 벤처기업들은 아래아한글을 대체할 제2의 아래아한글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래아한글사태이후의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왠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인이 복합적인 아래아한글사태를 이런 캠페인식의 접근법으로 과연 해결이 될 것인지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한글과컴퓨터측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업 초창기의 열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눈을 너무 오래 팔았다고 주위에선 말한다.

척박한 우리의 풍토도 문제다. 한컴측은 사업이 어려워지자 국내 여러 기업을 찾아다니며 제휴를 간곡히 호소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컴퓨터사용자중 80%가 불법복제품을 써온 우리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복제품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정품이 설 땅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옳다.

▦글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문화적 손실은 안타깝지만 그 책임은 그동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업을 구분해서 외국자본과의 제휴를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글로벌경제와도 맞지 않으며 아래아한글의 개발주체인 한컴없이 과연 아래아한글의 생존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한컴의 부채 2백50억원을 국민주를 통해 해소하고 국민기업을 만들겠다는 운동본부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럴수록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 한 벤처기업 사장의 말이다.

김상훈<정보산업부>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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