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하태원/『美대사관 편하자고…』

  • 입력 1998년 6월 21일 19시 20분


“미국 대사관 사람들 편하게 하자고 한국사람들이 온통 불편을 겪어서야 되겠습니까.”

서울시가 22일 밤12시부터 덕수궁길 일방통행 방향을 정동제일교회→경향신문사에서 경향신문→정동교회로 바꾸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가자 시민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서울시는 덕수궁길을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사가 마무리되는 9월9일까지 차량의 통행을 한시적으로 부분통제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가 정한 일방통행 방향은 정동제일교회→경향신문사. 덕수궁길 통행량 조사결과 대한문→경향신문사 방향의 통행량이 반대방향보다 3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반 동안 익숙해져온 일방통행 방향은 미국 대사관에서 날아온 공문 한 장으로 뒤집혔다.

대사관측은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과 관할인 남대문 경찰서로 공문을 보내 “대사관저로 진입하는 길이 대한문쪽 하나밖에 없어 보안 및 경호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현재의 일방통행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대문경찰서는 즉각 타당성 조사를 벌였고 결국 ‘공사가 항구적인 것이 아니고 우방국과의 관계를 고려, 미 대사관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곳을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은 갑작스레 통행 방향이 바뀐 길에서 혼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정동제일교회앞 로터리가 양방향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뒤엉키는 교통체증도 우려되고 있다.

“당초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덕수궁길 전체는 1개차로 일방통행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미 대사관측의 민원에 밀려 경향신문∼정동제일교회구간의 양방향 통행을 허용했었지요. 미국 대사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편의와 교통흐름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