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교사동원 선거개표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여야간 정권교체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과거 야당들은 선거때마다 ‘개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국내 선거개표는 사람들의 수(手)작업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부정개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개표부정으로 야당이 ‘선거에 이기고 개표에 패한’ 의혹도 없지 않았다. 현행 선거법에 나와 있는 개표사무원 규정은 이같은 야당측의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반영한다.

▼규정에 따르면 개표사무원 가운데 일반공무원의 비율은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 규정의 도입을 관철한 쪽은 과거 야당들이다. 선거판에서 일반공무원은 여당편이 아니냐는 불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교원 법원공무원 은행원이 맡도록 되어 있으나 대부분 교사로 충원하는 것이 관례다. 4일 지방선거에서도 4만7천여명의 교사가 개표작업에 참여한다.

▼교원을 개표에 동원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는 측면이 있다. 어느 집단보다도 공정한 개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은 다르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교사들을 불러내 개표업무의 짐을 지우는 것은 수업차질은 물론 교직홀대의 전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최근 선관위에 교사동원 자제를 요청해 교사편을 들고 나섰다.

▼아직 개표업무에서 교사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성숙한 정치문화를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외국처럼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을 개표에 참여시킨다면 교사 편중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정치 무관심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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