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뒷감당 못할 상호비방

  • 입력 1998년 5월 29일 19시 39분


“K후보는 툭하면 당을 바꾸면서 4계절 말을 갈아타고 있습니다. 고향도 이곳 출신이 아닙니다.”

“C후보는 제가 주례를 섰던 사람입니다. 후보는 원숭이가 되더라도 유권자들은 그래선 안됩니다.”

며칠전 도의원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남해군 남해읍 공설운동장. K후보와 C후보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지켜보던 몇몇 유권자들은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은 과거 주례와 신랑. 이들이 선거판에서 만나 과거의 정은 사라지고 비방만 난무했다. 두 후보를 모두 안다는 한 유권자는 “선거가 끝나면 얼굴을 어찌 보려고 저렇게 서로를 헐뜯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옛 동료를 손가락질하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옛은인을 배척하고 옛제자를 비난하는 모습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과연 선거판이 이래야 하는가.

전북 군산시의원으로 출마한 한 후보는 사촌동생과의 싸움을 피하려고 고심끝에 중도사퇴를 했다. 경남 거제시의원선거전에서는 사촌형제간 갈등을 피하려고 동생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 기초의원에 출마한 김석만후보와 권병철후보는 선거운동기간중 일절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웃끼리 얼굴 붉히고 헐뜯어봤자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2등은 없고 1등만 생존하는 것이 ‘선거판’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선거가 끝나고 만신창이가 된 심신을 누가 보듬어줄 것인가. 자칫 잘못하면 선거가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후보자들은 알고 있을까.

김상훈<6·4선거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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