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IMF형 자살

입력 1998-05-22 19:25수정 2009-09-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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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연구는 여러 방면에서 이뤄져왔다. 자살자의 정신 심리적 측면이 연구대상이 되는가 하면 유전생물학적 입장에서 자살을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사회문화적 입장에서 자살을 분석한 사람으로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유명하다. 뒤르켐은 개인의 자살 동기를 그가 속한 사회의안정성이나 가치규범에 연관시켜 아노미적 자살,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로 구분했다.

▼이타적 자살은 부하를 위해 수류탄을 덮친 강재구소령같은 경우다.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면 이기적 자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적 혼돈이나 무규범상태에서 주로 자기 상실감이나 무력감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자살자 수가 2천2백88명, 하루 평균 25.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9%나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형 자살’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IMF형 자살’은 뒤르켐이 분류한 아노미적 자살의 전형적인 예다. 그같은 자살로 전체 자살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자체가 그런 지경에 와 있다. 현재 실업자수만 하더라도 근 1백50만명이다. 극도의 절망과 무기력감에 빠진 사람들이 ‘자살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학자들의 견해다.

▼자살은 우울증 등 여러가지 전조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IMF 피해자’들을 항상 격려하고 보살펴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에는 행정단위별로 자살 예방센터를 두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돼 있다. 우리도 ‘IMF형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할 때가 왔다.

남찬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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