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정치권 늑장에 선관위 곤혹

  • 입력 1998년 4월 27일 19시 56분


선거관리위원회가 초비상이다. 지방선거일인 6월4일까지 4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일거리는 산더미같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당장 5월9일까지 4개 동시선거의 선거구 총 4천5백여곳의 선거비용제한액을 일일이 산정, 공고해야 한다. 이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 등록업무에다 선전벽보 선거공보 제작 발송 등까지 제때에 맞춰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요주의 대상인 자치단체장 출마예상자들에 대한 단속감시활동도 빠뜨릴 수 없는 업무다.

급선무인 선거비용제한액 산정작업만 해도 연일 밤샘작업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선관위 직원들의 설명이다. 일선 선관위마다 선거구는 20∼30개에 이르지만 직원수는 평균 4,5명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 선관위의 경우 선거비용을 산출해야 할 관내 선거구수는 기초단체장 1개, 광역의원 2개, 기초의원 19개 등 모두 22개. 이를 직원 5명이 나눠 일일이 시장조사를 하고 인구수 유권자수 세대수 등에 따라 법정선거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 일요일 일선 선관위 직원들은 대부분 정상출근,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렸다.

이같이 선관위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권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통합선거법)개정안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다 24일에야 겨우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선 선관위마다 선거준비에 매달리느라 선거법 위반 단속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개정안을 통한 ‘생산적인 정치’의 기틀 마련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정치권의 지루한 당리당략 싸움때문에 ‘비생산적 정치’에 대한 선관위의 단속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김정훈<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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