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교묘한 사전선거운동 갈수록 극성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7분


“신종(新種) 사전선거운동을 막아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수법의 불법 사전선거운동이 늘고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2일 “종전에는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이 사전선거운동의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선거법상 처벌기준이 강화되면서 교묘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신종 수법은 선전이나 홍보와 관련된 것이 많은 게 특징.

선관위가 꼽고 있는 대표적 사례들을 보자. 우선 신문과 주간지 등 정기간행물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 경남지역 기초단체장과 도의원 시군의원 등 34명은 2월 창간된 지방주간지에 사진과 선전문구 등을 게재했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도선관위와 시군선관위의 조사를 받았다.

강원지역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인 P씨는 얼마전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대량으로 복사, 배포하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달 지방선거 출마예상자인 K씨의 경력과 업적 등을 부각시킨 유인물 2천5백여장을 제작, 모 중앙일간지에 끼워 배포한 L씨 등 2명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생활정보지에 무료법률상담 안내 및 특산품 홍보광고를 하면서 입후보예정자의 사진이나 이름을 게재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사조직을 만들어 자녀교육강좌 무료한방진료를 실시하면서 입후보예정자의 이름과 경력을 알리거나 산악회 등 동우회 회원모집광고 인쇄물에 입후보예정자의 이름을 게재하는 행위도 적지 않다.

직위를 이용한 자치단체장의 사전선거운동 사례도 눈에 띈다.

전남도선관위(위원장 이홍훈)는 지난달 민방위 교육장에 참석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한 K시장을 적발했다. 민방위교육 교재에 자치단체장 선전내용과 시정홍보 사항을 넣어 참석자에게 배부한 경우도 있었다.

영남지역의 한 기초단체장은 최근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수백명의 신청사건립추진위원들을 위촉하고 모임을 가져 의혹을 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1일 현재 1백77건의 지방선거 사전선거운동 적발건수 중 ‘전통적 수법’인 금품 및 음식물 제공은 38건(21.5%)에 그쳤다. 반면 인쇄물과 간행물 등을 활용한 ‘신종 수법’은 무려 95건(53.7%·인쇄물83건 간행물12건)에 달했다.

이밖에 의정활동보고서 배포 및 보고회가 20건, 시설물 설치 9건 등이었다. ‘전통적 수법’의 하나인 선심관광과 교통편 제공으로 적발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선관위는 1백77건의 적발건수중 8건을 고발조치했고 3건을 수사의뢰했으며 88건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하고 74건은 주의를 촉구했다.

입후보예정자들이 신종 수법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우선 국내 경제의 위축에 따라 선거자금 마련이 힘들어 ‘뭉칫돈’이 들어가는 금품 및 향응 제공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처벌규정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일선 선관위별로 3천여명의 단속요원을 가동, 사전선거운동 적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이같은 숫자로는 전국 구석구석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종 사전선거운동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측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주부터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단속인력을 대폭 늘려 사전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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