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下]국내 사이버점포 『이제 걸음마』

  • 입력 1998년 4월 2일 19시 28분


전자상거래(EC)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는 이 사업만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제 싹이 돋기 시작한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인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SFNB)’. 점포없이 95년 10월에 영업을 시작해 미국 전역에서 1만3천여명의 고객을 모았다. 연간 예금액이 4천8백만달러를 넘어섰고 인터넷 접속건수는 하루 7만건을 웃돈다.

기존 은행을 통해 거래할 때 송금 수수료가 건당 1.08달러 들지만 SFNB를 통할 때는 건당 13센트밖에 안한다. 그러니 손님이 붙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자극받아 미국내 50여개 일반 은행도 이같은 인터넷 거래를 시작했다. 이용 고객수는 5천만명, 수신고 규모가 8천억 달러에 이른다.

소규모 사이버 점포를 개설한 사업가를 위한 전자 지불 대행서비스도 성업중이다. ‘인포하우스(InfoHaus)’라는 서비스는 가입비 10달러를 받고 고객과의 과금(課金) 유통 등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해 준다. 사이버점포는 거래가 있을 때 건당 29센트와 거래금액의 2%를 인포하우스측에 지불하면 고객으로부터 돈받는 일이 해결되는 것이다.

미국의 EC가 궤도에 올라섰다면 국내는 이제 시작 단계.

현재 국내에서 EC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백화점과 서점. 주요 고객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20,30대 직장인이 압도적이다.

교보문고는 인터넷 매장(http://www.kyobobook.co.kr)으로 하루 2백여건의 주문을 접수한다. 하루 매장에서 직접 발생하는 거래 1백만건(약3억원)에 비하면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9월 개점 당시보다 여섯배가 늘었다.

백화점의 경우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가 모두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 상태. 이 가운데 2월 중순 개점한 현대 인터넷 백화점(www.hyundaidept.com)은 국내의 기존 쇼핑몰보다 한단계 앞선 ‘전자지갑’의 개념을 도입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패션 잡화 가전제품 등 6백여 품목을 온라인으로 결제해 구입할 수 있다. 서비스 초기단계라서 가입회원 3천명, 한달 총매출 1천5백억원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매출액은 1천만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터넷 뱅킹이 도입되지 않았다. 은행은 지점 중심의 영업형태에서 전화를 이용한 폰뱅킹, PC통신을 이용한 PC뱅킹을 서비스하는 수준이다. 국내의 EC가 더욱 활성화하려면 금융업계의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이콤 인터넷 상거래팀 정상범(鄭相範)팀장은 “국내에서 인터넷 상점을 열고 온라인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면 일반 통신판매와 같은 수준인 매출액의 3.5∼5%의 수수료를 카드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EC가 다른 통신판매와 가격경쟁력면에서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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