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연타석홈런」숨은 뜻은『옮긴 회사마다 부도』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01분


요즘 건설업계에서는 ‘연타석 홈런친다’는 말이 유행이다.

2연타석 홈런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고 3연타석 홈런도 흔하다. 드물지만 4연타석 홈런을 날린 사람도 있다. 마지막 홈런은 으레 쓸쓸한 장외홈런이다.

한때 ‘홈런쳤다’는 말이 ‘연봉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었으나 IMF시대에 ‘연타석 홈런’은 연쇄실직의 슬픈 유전(流轉)을 빗댄 말이다. A사가 흔들릴 때 B사로 옮기고, 낌새가 심상찮으면 다시 C사로 옮기고….

‘청구→보성’ ‘우성→한보→한라’ ‘유원→건영→청구→보성’ 식으로 무너지는 회사만 찾아다닌 불행한 슬러거들도 많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1백70여개의 일반 건설업체가 쓰러졌다. 올들어 하루 평균 20개의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다. ‘젖은 낙엽은 쓸리지 않는다’며 한 직장을 지키던 사람들도 언제 장외홈런을 날릴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한 건설업체 직원은 “이러다가 건설업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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