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98정국⑥]2인3각 「DJP정부」 행보

  • 입력 1998년 1월 9일 2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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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가 이끄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동거(同居)정부’.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결합’이라는 지적이 많다.‘DJP공동정부’의 비효율성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무사히 넘어야 할 최근의 국가적 형편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의 지도력, 즉 대통령의 리더십과 돌파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동거세력의 반대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정혼란이나 마비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료의 동등 배분’ ‘공동정부운영협의회 설치’ ‘지방선거의 공천권 배분’ 등을 합의했다. 양당은 앞으로 각종 정책현안은 물론 인사권이나 공천권까지 일일이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단일화협상과정에서 합의한 필수절차이기 때문에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과정이 아니라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동정권 내부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새 정부는 ‘여소야대(與小野大)’ 하의 ‘소수정권’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장 인사청문회를 요구하면서 ‘JP총리’에 대한 국회동의안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나눠먹기’인사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거대야당’의 태도는 공동정부의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양당은 99년 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매듭짓기로 했다. 비록 “내각제 개헌문제는 99년부터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DJ의 제안을 자민련측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이긴 하지만 내각제논의가 본격화하면 정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이를 반영하듯 양당의 내부, 특히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공동정부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합의무용론’이니 ‘약속파기’니 하는 말도 물밑에서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 대해 당사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혀 색깔과 노선이 달랐던 두 정치세력, 즉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 연대해서 만들어낸 이번 공동정권이 앞으로 ‘절묘한 화학적 결합’으로 판명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 DJP연대는 전무후무한 ‘새로운 실험’임에 틀림없지만 집권을 함으로써 일단 ‘성공작’임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또 대선 이후 IMF파고를 넘기 위해 양당이 보여준 긴밀한 공조체제도 매우 고무적이라는 게 양당의 자체 평가다. 나아가 여야간 대결과 파행으로 점철된 한국정치풍토에서 ‘과거’가 달랐던 양당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연습’이며 이는 앞으로 여야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하고 있다. ‘새로운 통합’은 여야협력 분위기를 낳고 정부능력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의 실현 여부는 전적으로 양당이 공동정부를 얼마나 원활하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동정부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그런 우려는 쉽게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20여일. 양당의 공조체제는 별다른 잡음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측의 일방적 주도권행사에 불만을 나타낼 법한 자민련은 ‘싫은 소리’를 자제하고 있고 JP는 DJ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협력분위기만으로 공동정부의 전도(前途)를 낙관하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은 정권인수를 준비하는 ‘허니문기간’이고 IMF위기 극복이라는 초대형 현안이 일시적으로 양당의 ‘공(功)다툼’을 잠재우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현재 공동으로 정권이양 및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또 공동정부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DJ와 JP 그리고 박태준(朴泰俊·TJ)총재는 매주 ‘DJT3인 주례회동’을 갖고 공동정부의 운영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양당의 수석부총재와 당3역이 참여하는 ‘8인협의회’도 가동중이다. 이에 따라 차기정부의 각료구성 문제나 5.8지방선거 공천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이견조율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양당의 시각차도 드러나고 있다. 각료구성과 관련, 양당은 1대1 균분(均分)원칙은 지키면서 각료의 상당수를 당외 테크노크라트 등에 할애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리’에 대해서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외부인사 ‘추천권’문제 역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또 자민련은 차제에 총리의 확고한 영역을 보장받겠다는 생각이다. JP도 “국내 일(내치·內治)은 총리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문제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여기는 당연히 우리가…”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DJP 공동정부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첩첩산중이고 경제위기타개 등 국가적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이런 안팎의 난제들을 공동정부가 어떻게 극복하고 ‘기묘한 결합’을 ‘절묘한 결합’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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