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다르고 아래 다른 대출행정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당신네 은행장이 대출연장을 약속했는데 왜 창구에서는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는 겁니까』 은행장과 종합금융사 사장이 거래업체의 기존 대출금 만기를 2개월까지 늦춰주기로 결의했지만 일선 창구직원들은 대출금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영업점 직원들은 「은행장 결의」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내부지침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당국의 발표만 믿고 거래 은행에 나와 대출연장을 하소연하던 업체 관계자들은 『겉과 속이 다른 정책에 또한번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은행감독원에는 13일까지 모두 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에는 업무정지된 종금사가 기업어음(CP)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담보를 요구하거나 회수하고 있다는 진정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 중견업체사장 P씨는 지난 6월 모종금사와 1년6개월간 50억원을 빌리기로 하고 연 11.65% 확정금리로 CP를 할인받았다. 그러나 거래 종금사가 금리상승을 이유로 대출이율을 23%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당초 약속을 깼다. S은행과 H은행은 종금사의 지급보증을 받은 어음할인 요청을 거부했다. 신고내용에 따르면 S은행 등은 『종금사 보증을 못믿겠으니 다른 금융기관 보증을 받아오지 않으면 대출해 줄 수 없다』고 통보, 중소업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또다른 H은행과 K은행은 기한부 수출환어음을 할인해 준 대출금에 대해 『달러값이 상승했으니 추가담보를 설정하라』고 요구, 사실상 대출금상환을 독촉했다. 은행장들은 「지난 11월말 수준으로 대출규모를 늘리겠다」고 결의했으나 이날 대부분 은행에서는 중소업체의 진성어음 할인 요청을 「담보부족」을 이유로 할인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창구직원들은 하나같이 『은행 내부방침은 신규대출의 전면 동결』이라며 『지금도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회수에 전력을 기울이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강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