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영화「티벳에서의 7년」,서양 우월감 표출

  • 입력 1997년 12월 10일 08시 25분


오스트리아의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의 티베트 체험기를 영화화한 「티벳에서의 7년」 시사회를 보며 느낀 단상은 「등정」에 관한 것이다. 「산을 정복한다」는 개념은 서양에서 나왔다. 산을 정복대상으로 여기는 바탕에는 인간이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이 서양 근대문명의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동양사상은 자연회귀적이며 자연을 정복한다는 식의 세계관을 찾아볼 수 없다. 「티벳에서의 7년」이 미국에서 적잖은 흥행실적을 올린 것은 무엇보다 장자크 아노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이라는 「간판」 덕택이다. 장대하게 스크린에 옮겨진 산과 계곡, 등산의 위험을 사실적으로 담은 화면, 하러(브래드 피트 분)와 달라이 라마의 인연을 쌓아올리는 튼튼한 구성 또한 큰 강점이다. 여기에 더해 브래드 피트가 「우월자로서의 서양인」을 연기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아노는 등반가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러를 통해 동양에 대해 우월감을 갖는 서양인의 자아관을 충족시켰다. 눈에 띄는 장면 하나. 티베트에 머무는 브래드 피트가 어린 달라이 라마의 부탁으로 건축측량을 맡는다. 피트의 지시로 땅을 파던 티베트인 하나가 지렁이를 보고는 『우리의 어머니이므로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피트의 반응은 『이래서야 언제 공사를 끝내나』 하는 것. 미개에 대한 한탄이 생명에 대한 경외를 간단히 눌러버린다. 단단하게 껍질을 두른 서양인의 자아가 거기 버티고 있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하러는 체험기에서 이같은 티베트인의 태도가 한탄스러운 반면 놀랍기도 했다고 쓰고 있다. 감독은 자기 관점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서양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티베트인의 모습은 건물 2층에 선 아우프슈나이터(하러의 친구)의 눈 아래 내려다보이고 카메라 또한 이 각도를 취한다. 아우프슈나이터가 일국의 수장 달라이 라마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감독 아노에게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맥락 때문이다. 서양 관객들이 브래드 피트와 자신을 동일시할 경우 흡족함을 느낄 여지는 충분하다. 티베트 정신세계에 대한 경외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티베트문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점이 있다면 중국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정권의 티베트 무력침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이라 하겠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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