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보름에 한번꼴로 발생하던 사고가 최근 들어서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화재 탈선 충돌 같은 대형참사를 유발할 수 있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더구나 최소한의 안전수칙만이라도 지켰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1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구내의 탈선사고만 해도 안전점검 소홀과 안전의식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고열차는 사고발생 40분 전부터 기관차 견인모터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마주오던 기관사의 신고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승객을 태운 채 계속 달리는 배짱운행을 했다니 아찔하다.
다행히 승객들을 하차시킨 뒤에 사고가 나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그로 인해 시민들이 겪은 고통과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절름발이 전철인 2호선 일부 구간이 무려 5시간이나 불통되고 시내 주요도로가 온종일 극심한 체증을 빚은 것이다.
이번 사고는 근무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관사의 잘못도 잘못이려니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기동검수원은 형식적인 점검으로 기관차의 중대결함을 발견치 못했다. 지하철 운행상황을 총체적으로 감시 통제해야 할 지하철공사 사령실과 기타 안전관련 부서들은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운행을 강행토록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사고열차는 정기 정밀검사를 받은 지 한달 보름밖에 되지 않았다. 사고 이틀 전에 일상검사도 받았다.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견인전동기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 관계자들의 근무자세가 얼마나 해이하고 안전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잖아도 지하철에 대한 불신은 크다. 지하철의 각종 구조물에서 무려 1만여건의 균열 누수현상이 발견된데다 보수관리와 안전점검마저 형식에 그치고 있어 언제 어떤 참사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팽배해 있다. 특히 지하철 2호선 선로는 내구연한이 다 된데다 편마모가 심한 곡선구간이 6백51곳에 이르러 사고위험이 더욱 높다.
노후시설이 날로 늘어가는데도 유지 보수를 위한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고 검사요원 등 전문인력마저 태부족인 것이 서울지하철 운영관리의 실상이다. 안전의식이 실종하고 복무기강마저 흐트러진다면 대형사고는 예비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기 및 일상의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아무리 사소한 안전수칙이라도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모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가려내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 똑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