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촛불에 잃은 소녀가장 보금자리

  • 입력 1997년 10월 30일 07시 57분


지체장애인인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여중생이 새벽에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다 잠든 사이 촛불이 넘어지는 바람에 어렵사리 마련한 12평짜리 아파트가 잿더미가 됐다. 28일 오전3시경 광주 서구 금호동 시영3단지 307동 119호에서 이 집에 사는 박아름양(14·금호중1년)이 책상맡에 촛불을 켜놓고 잠든 사이 촛불이 넘어지면서 불이 나 아파트 내부를 모두 태워 4백5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박양은 『매달 내는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다 깜박 잠이 들었다』며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어디가서 살아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박양은 10년 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1급 장애인이 된 뒤 지난 92년 어머니와 이혼하는 바람에 아버지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한쪽 팔이 없는 아버지가 다리마저 불편해 생계를 이어가기가 막막했던 박양가족은 지난해 3월 임대보증금 1백50만원에 월 임대료 2만5천원을 내는 시영아파트를 어렵사리 구했다. 박양가족은 동사무소에서 지원해주는 생계보조비와 이들이 다니는 금호동성당으로부터 생필품을 받아 생활해왔다. 금호동성당 고영주(高榮住·40)사무장은 『이들이 당분간 지낼 거처를 찾아봤지만 아파트단지에 빈집을 구하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성당에서 지내도록 했다』며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얼굴에 그늘 한점없이 꿋꿋하게 살아온 아름이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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