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비상]달러 가뭄…거래 거의 끊겨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외환시장]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물론 금융기관과 기업의 외환담당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재정경제원은 다음달중 해외에서 외국인주식투자자금 등 50억달러를 들여오고 외환보유고를 푸는 등 외환공급을 통해 환율시장을 안정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은행도 오전에는 시장 개입을 포기했으나 오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 한은은 외환시장에 달러화를 공급하는 한편 『원―달러환율을 9백40원선에 막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재경원과 한은은 특히 주요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달러 매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외환딜러들은 거래를 사실상 포기했다. 외국계 은행의 S부장은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재경원과 한은의 눈치를 보느라 가급적 거래를 하지않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달러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의 한 딜러도 『은행 자체 판단에 따른 매입과 매도는 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을 대신해서 달러를 사주는 거래만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계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3백억달러 수준에 그쳐 외환당국이 무한정 달러화를 공급할 수 없으며 지금처럼 상승압력이 팽배한 상태에서는 달러화를 공급해봐야 원―달러환율을 끌어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환율급등이 우리경제 기초여건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면서 환차손을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 삼성그룹 재무팀은 삼성경제연구소, 외환딜러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환율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그룹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삼성은 특히 정부가 아무리 개입한다하더라도 당분간 환율급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고 환차손을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라고 전 계열사에 지시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통상 연말엔 ㈜대우 등이 밀어내기 수출로 외화수급 여건이 개선됐던 게 예전 관례였다』며 『그러나 올해에는 외화가수요가 생긴 데다 외국투자자들이 외환으로 바꿔 철수하는 바람에 올 연말엔 외환수요는 엄청날 전망』이라고 털어놨다. [증시] ○…주가가 27일 3일연속 폭락세를 보이자 주식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 영업부 관계자들도 『이제는 5백선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더이상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른데 대해 망연자실한 분위기.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외국인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매물을 내놓는데 충격을 받은듯 오후부터는 보유물량을 본격 처분. 여의도 LG증권 영업부 2층객장에는 오전 한때 20여명의 투자자들이 나와 『오늘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주식매매를 관망하면서 한껏 기대를 가져보는 듯 했으나 오후들어 주가가 여지없이 폭락하자 체념한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증권사 투자분석가들은 27일 『동남아 증시가 폭락하고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부양책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정부 후속대책에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 실제로 이날 오전에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가 증시를 부추길만한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의 투매(投賣)가 곧바로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자가 증시대책을 마련중이라는 정보는 이제는 호재가 아니라 악재』라고 푸념했다. 한남투자신탁증권 이계원(李啓元)투자분석부장은 『지난 9월 이후 외국인들은 최근까지 1조원 가량을 팔아치우면서 주가폭락을 주도했다』며 『이들이 추가로 1조원을 더 순매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증시 분위기는 흉흉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물시장의 12월물 가격이 최근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현물 선물시장 양쪽에서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장세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영이·이강운·박래정·천광암·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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