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고려이야기 1,2」

  • 입력 1997년 9월 27일 08시 53분


천년 세월의 흐름에도 비취빛 그윽함을 자랑하는 고려청자, 현존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심경),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 모두 고려시대의 문화유산이다. 이처럼 찬란한 정신세계를 탄생시킨 문화의 왕국, 우리 역사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왕국 고려. 그러면서도 조선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고려. 그 고려의 역사를 쉽게 전달해주는 어린이책 「고려이야기1, 2」(민영 글·양후영 그림)가 나왔다. 시인으로 더 유명한 저자는 「고려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고려 역사를 노래한다. 이 책은 그래서 우선 새롭다. 딱딱함 지루함을 벗어나 흥미와 박진감이 넘친다. 그리고 차분히 읽어가다보면 큰 울림의 감동이 찾아온다. 개혁정치로 고려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제4대 임금 광종. 차가운 북녘땅 뜨거운 고려정신으로 여진족을 몰아낸 윤관. 몽고족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끝까지 싸우다 죽어간 삼별초. 기울어가는 고려의 기상을 되살리기 위해 일생을 바친 제31대 임금 공민왕 등등. 그러나 오점을 남긴 채 치욕적으로 생을 마친 인물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남의 아내를 강제로 겁탈하며 폭정을 자행한 패륜아 제28대 임금 충혜왕과 딸 셋을 왕비로 만들어 권력을 탐하다 끝내 몰락해버린 이자겸 등이 대표적 인물. 좋든 나쁘든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던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고려사 역시 영광와 오욕의 역사였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 오욕 자체도 우리에겐 더없이 소중한 교훈이라고. 창작과비평사. 각권 5,000원.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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